강우근
나라고 마음먹는 순간은 언제 생겨나는 걸까
야라고 부르는 순간 운동장을 뛰던 아이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는데
빗방울은 햇빛을 부수면서 비버는 나뭇가지를 모으면서 코끼리는 진흙탕으로 들어가면서 개미는 대열을 이탈하면서 나라고 말하고 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뜨고 주변을 둘러봐 가지가 흔들리면서 다른 모양의 바람을 만들고 있는 무수한 나무를 들판에서 모이고 흩어지면서 각자의 배경을 이끌고 가는 강아지를
햇빛 아래 드러난 나마다 모두 다른 얼굴을 찡그린다는 것이 이상해
처음 어둠을 감각하기 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떨리는 몸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시간을 붙들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끈적끈적한 것
땅 밑에서 7년을 잠들던 벌레는 한여름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매미의 쨍한 울음소리가 된다
나를 조용히 보호하려는 순간들이 있어 포대기와 나뭇잎과 털 속에는 얼마나 복잡한 세계가 연루되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