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근

비는 어디서부터 태어나 우리를 적시는 걸까 보는 순간 금세 눈앞에서 사라지고 마는

우리를 몇 분 동안 처마 밑에서 세워둔 채로 투명한 몸짓으로 풍경을 두드리는

비는 몸을 바꿔가며 시시각각 다른 형상이 되는 무용수의 손과 발 같아

비가 내려앉자 달리는 마라토너가, 골목에 세워둔 자전거가, 건물마다 서로 다른 모양으로 생겨난 창문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져

깨어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아침 창가 너머로 손을 내밀어 골목에 숨어 있던 개는 복슬복슬한 털을 드러내

하나의 비가 내릴 때 비를 보고 맞는 존재도 이미 같이 태어나서 멈춘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돼

비의 포옹처럼 풍경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내리고 있었지 찻잔에는 뜨거운 홍차가 부어지면서 손을 흔드는 사람에게 택시가 가까워지면서 어두운 영화관에 빛을 뿜는 새로운 영화가 드러나면서 서로에게 무수한 직선으로 어둠 속에서도 그려지는

이 비의 연결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